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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축시 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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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축시 축화] 새 것들의 새뜻한 기운으로 길을 열며 가라 


2016. 12.29(목)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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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환 作 ‘새해 아침 산의 정기’



물 빛 기도 

문귀숙


정지를 주방으로 바꾸고 싱크대 들이 던 날 

새 것들의 새뜻한 기운 속에 

어머니 길 잃은 듯 망연히 섰다 

저승꽃 점점이 핀 팔뚝 아래

손톱이 뭉개진 두 손에 받들린 조왕신,

사기의 단단한 몸에 스미어 

묵은 때로 앉은 기도가 무겁다


새벽 우물물  한 그릇, 그 정성만 받던 신은 

정성을 금전으로 환산 할 줄 몰라

뚜껑 덮인 우물보다 먼저 말라버렸다

젊은 몸을 부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녀에게만 오직 남아 추앙 받는 신

가난한 소원들이 淨한 물 한 그릇 속으로 흘러들었다


때론 슬픔이 淨한 물 가운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길 위의 열기에 영글어 여전히 구리 빛 

낯빛으로 살아가는 자식들, 몸을 접어 비빌 언덕이 

되고 싶었던 각시에서 할미가 되도록 오래된 기도

새로 깐 장판지 위에서 징검돌을 밟아 돌듯

서성이던 어머니 

사그랑주머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에 물기를 적시듯 

쇠 비린내 나는 첫물로 조왕그릇을 가셔낸다

주름진 정성이 넘칠 듯, 싱크대 찬장에 정좌한 신

기도는 다시 시작 되었다






문귀숙 시인 약력

▲1964년 전남 진도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5·18문학상 동화 당선

▲2016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현재 국립5·18민주묘지 근무

▲광주시 문화관광해설사

▲일곡시회동인


박구환 화가 약력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순수미술과 졸업

▲뉴욕·도쿄  등 개인전 36회 

▲단체 및 초대전 500여회 참여

▲뉴욕아트페어·한국국제아트페어, 아시아현대미술쇼_홍콩, 람사르총회 기념특별전참여

▲대한민국미술대전·광주광역시전 등에서 심사위원·운영위원 역임 

▲조선대·목포대· 광주대·광주교대 등 외래교수 역임 

▲한국미협·광주미협·광주현대판화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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