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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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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무엇일까? 작업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오늘도 커피 한 잔과 앙드레가뇽의 피아노 선율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작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받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술은 미학적인 접근, 예술학적인 시각에도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와도 같고, 카오스에 빠져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행의 길이요 또 고행의 길속에서 참 진리와 삶의 가치를 얻고자, 나는 초심으로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나의 감정과 세안으로 바라본 모습을 노래한다. 그 노래 소리가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 멜로디를 나의 눈으로 볼 수만 있다면...... 

  몇 해 전부터인가 나의 화두는 ‘소리의 바다’이다. 사람들은 바다의 소리가 아닌 소리의 바다라고 하는 명제에 따른 이유를 묻곤 한다. 나의 답변은 바로 그것이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단지 바다의 소리만이 아닌 다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나에게 있어서 ‘소리’는 가장 큰 상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바다만이 아닌 인간이 함께하는 대자연에서는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음악에 있어서 어떤 뮤지션이 무슨 제목으로 노래했으며 연주하는가는 잘 모른다. 단지 내가 즐겨듣는 음악이 자연을 노래하고 연주했으며, 사람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음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음악 장르가 뉴에이지 음악이며, 거기서 또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이 함께한 크로스오버 뮤지션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유한다는 동양적인 사상의 뉴에이지 음악은, 내가 서양화를 배웠고 현대미술이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어야하는 시점에서 판화를 하고 있는 나와 닮았다는 점이다. 

  단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세월의 흐름이 삶의 무게로 느껴지기 시작할 즈음 나는 무책임한 그림쟁이에 불과했다. 때론 시대를 탓하고, 때로는 나의 손장난을 우스워해야만 했다. 너무 답답했다. 어디론가 튀어나가고 싶었다. 시간의 회피일까? 아니면 영원한 도피인가? 하지만 그 순간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 죄의식, 미안함 이런 단어는 도무지 떠오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작정 떠난 곳 바다. 바다는 늘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모습과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멜로디, 아무런 대가없이 나에게 그 무언가의 여운을 남기며, 또 다시 속삭여주었으며 돌아갈때 인고의 삶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속에는 수많은 시간 동안의 그네들의 애환과 기쁨, 삶의 멜로디와 참된 진리가 서려있고 무한자연의 위대함이 참 진리처럼 스쳐 지나간 곳! 그것이 바로 바다였던 것이다. 

  그 큰 외침이 소리였고, 그 소리가 나에게는 언어였고 나의 멜로디였다. 그 기쁨이 나의 가슴에 다가와 나의 언어로 표현될 때 나는 기쁨을 느끼며 그 언어를 애써 전달하려한다. 

  나는 고통을 느끼며 작업하는것을 좋아한다. 아니 즐긴다고나 할까. 단순하게 그리는 그 자체로는 도무지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파고, 긋고, 쪼개고, 붙이며 찍어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또 다시 새김질하며 나의 언어를 전달하고자할때 그 작업의 의미를 만끽한다.

  판화는 대체적으로 정직하다. 때로는 우연의 효과도 나오지만 그 외의 부분은 전적으로 나의 의지를 곧 바로 전달하기에 나는 만족한다.



2004.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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