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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어판의 재질(材質) 속을 흐르는 심상(心想)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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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어판의 재질(材質) 속을 흐르는 심상(心想)의 울림


소설가  김 현 주 


박구환의 목판화에서 보여지는 세계는 우선 우리의 눈을 틔게 하는 활달함과 자유로움, 광대함이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을의 조화로움이 그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친근하고 상쾌하게 다가오는 경이로움을 보자     


A Fishing village에 나오는 어촌풍경, 즉 사람이 있는 집과 나무의 배치는 한결같이 자유로운 연상을 일으키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키 큰 나무며  나뭇잎이나 고래의 형상 논밭, 작은 교회당, 그리고 끝   임 없이 드러나는 길,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숨은 길들에 표정이 있어 다정다감(多情多感)해서 좋다.  기존의 판화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념이나 보여주기가 아닌 그의 작업은 “스며들기”이다.  심상(心想) 속으로 은근히 스며들어오는 느낌 그 자체의 편안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 무언가를 끊임없이 강요당하고 있는 억압기제부터 일단 풀려난다.  색채로부터 오는 해방감일까?  푸른색이나 부드러운 보랏빛 이미지가 오히려 환상 성을 띄는 건 아닐까.  모든 대상의 조화,  융합이 따뜻하다.  흡사 시인의 마을처럼 너무도 편안하고 느긋해서 마치 관객이 기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늘과 바다를 유영하는 듯한 작은 배와 구름, 그리고 새, 이상한 형상의 물체, 그것의 움직임은 또 무엇일까.  작은 파동이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심상에 미세하게 스며드는 그것. 


Sea of Sound 연작.  소리를 추구하는 화가라니 일단 대상에서 끊임없이 감흥(感興)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소리의 바다.  자연에 원래부터 내재된 소리를 화폭에 펼치려는 작업.  꽃의 웃음소리가 있고,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가 있고, 갈매기 소리가 있다.  또 뱃길 뒤로의 하얀 포말에도 소리가 보인다.   


그의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소리는 일단 흥(興)이다. 흥(興)이라니, 기뻐하다, 일어나다, 느끼다, 감동하다, 일으키다, 의 글자 흥(興)이 있다.  즐거움의 세계, 작품을 감상하는 자의 즐거움이 극치에 달하는 음(音)을 추구하다니. 그렇다, 모든 침묵에도 소리가 있다는 건데 일단 소리의 세계를 화폭에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레 베니어판의 재질과 맞물려 흐르고 있는 듯하다.  


무한광대의 바다, 섬, 섬, 섬들.  뱃길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과연 음(音)의 세계일까?  뛰어난 회화성(繪畫性)이 주는 자연미(自然美)는 목판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날카로운 칼맛이 배제된  부드러운 심성(心性)의 최대한 드러내기였다고 봐도 과장은 아닐 듯 싶다.  베니어 재질 (材質)자체의 특질을 캐듯이 찾아내서 자신의 세계의 지향점을 일군 작가의 의미 있는 작업이 경탄스럽다. 


자연물, 구체적인 대상들을 화폭에 재해석해서 자유롭게 표현해놓은 작가정신, 그 숨은 저 내면(內面)에서 찾을 수 있는 상상의 세계.  색채에서 오는 신비감, 소리의 기호 같은 재질(材質)에서 발견한 특성이 한껏 어우러져 있는 환상의 바다가 여유롭고 풍족하다.  평소 자신에게 보이지 않던 마음의 길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쁨이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 지향점은 자연 뿐임을 새삼 느낀다.  그의 작업은 그런 세계의 한 성과일 것이다.  아름다운 목판화에 음(音)과 흥(興)을 실어내고자 하는 그의 정신세계가 또 어떤 변화 있는 작업으로 표현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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