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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소리가 눈에 보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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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소리가 눈에 보이는 작가 



송 준 석 (전남도립 담양대학 교수 / 교육학 박사)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제목의 시집에서 왜 하늘에 호수가 있지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단지 시인의 언어적 상상력과 창조적 표현에 논리를 따지지 않고 감복할 뿐이다. 기존의 합리적, 이성적, 논리적인 틀을 깨고 뛰어넘는 일이 예술가에게는 상식의 세계다.

회화의 세계에서 소리를 시각화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예술의 지평이다. 박구환은 소리를 시각화한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주제가 "sea of sound"다. 남도지역의 바다소리를 담아 내는 그의 솜씨에 탄복할 뿐이다. 나는 박구환의 작업실에서 바다 냄새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작업실에서 만난 그의 편안한 인상과 겸손함의 인격에서 평온한 바다소리와 냄새를 담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발디딜 틈없이 빽빽이 쌓인 많은 작품에서 그의 왕성한 창작생활을 느낄 수 있었다. 타고난 예술적 천재성도 피나는 노력이 없이는 꽃피지 못하는 법이다.

박구환의 작품세계를 몇가지로 정리해서 담아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화성의 부각을 위해 기하학적 도면의 세계에서 탈피하고 방법면에서 다색판의 전통기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한판으로 쌓아 올려가며 작업하는 소멸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판의 조각에 모든 것을 쏟아 집중응집시키겠다는 치밀한 작가 정신이 내재해 있다. 판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중첩해서 계속 작업하고 찍어 내야하기에 오차를 허용치 않는 치밀한 계산과 집중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치밀한 예술정신과 합치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단색 또는 무채색 일변도의 판화의 색감에서 탈피하여 다양하고 우아한 시적(詩的) 색채의 사용으로 그 의미의 깊은 맛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파스텔 톤의 색감이 주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은 바다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하고 은근한 평화의 소리를 듣게 한다. 이는 그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심상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판화에서는 잘 사용하고 있지 않는 돌가루, 탄산마그네슘 등을 사용하여 질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의 소재로 재료의 다양한 개발과 사용은 예술가의 사명이다.

넷째, 소멸기법의 속성상 한정된 판만 찍고 자동소멸되기에 그 작품성과 희귀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계속 찍어낼 수 있는 원판은 존재치 않고 한정된 작품만 남는다.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작가정신을 볼 수 있다.

다섯째, 절제된 선과 생략된 구도속에서도 자연을 편안하고 꾸밈없이 표현해 내는 재능이다.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메시지를 감상자에게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박구환은 분명히 자신이 가진 내면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는 타고난 예술가임에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평론자로서 부탁하고 푼 말은 박구환이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고호의 표현대로 "지금하고 있는 작품이 이제까지 창작한 작품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예술가로 남기를 기원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열정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창작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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