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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마을 속 안빈낙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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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마을 속 안빈낙도의 삶 


2008. 05.12. 00:00

판화작가 박구환씨 대만 신사유미술관 초대展

오는 6월1일까지…출품작 전량 판매돼 '화제'

 

저무는 해의 그림자가 드문 드문 비치는 듯하다. 고요한 마을에는 온정한 집과 자연이 한가로이 흐르고 뒷모습의 사람은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옆 매화꽃은 탐스럽게 웃고 있고 그뒤 바다는 깊고 푸르다. 말 그대로 '저무는 야청빛 바다 마을'의 풍경이다. 실험성 강한 중견 판화작가 박구환(44·사진)씨의 연작 '한가로운 마을'.

그가 10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대만 카오슝 신사유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지난 해 대만 초대전의 호응에 힘입어 갤러리로부터 다시 초대를 받은 것. 특히 전시회를 열기도 전에 이미 박씨의 출품작 20여점을 현지 신사유미술관 측이 전량 매입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목판 한장을 깎아가며 찍기를 반복해 판을 소멸시키는 기법으로 남도 바닷가 마을 정경을 서정적인 색채로 풀어낸 판화들을 선보일 예정. 결국 그림은 남지만 원판 판화는 사라지게 된다. 더욱이 그의 회화성 짙은 200호 등 대형판화는 기존 판화의 크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소리의 바다(sea of sound)' 연작에 천착해왔다. 정겹게 다가오는 다도해의 해변 풍경에 점점이 남해를 수놓는 섬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을 지키는 붉은 소나무, 그 가지의 독특한 뻗어나감 등은 박씨만이 가질 수 있는 미술적 특징이었다. 어떤 평론가는 그를 두고 바다 소리가 눈에 보이는 작가라고 했다. 남도의 바다 소리를 담아내는 그의 솜씨를 두고 이른 말이다. 


그의 최근작 '한가로운 마을' 연작은 여기에서 더 확장된 이미지다. 시골 특히 어촌 마을의 한가로운 풍경을 통해 작가가 꿈꾸는 '안빈낙도의 유토피아'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맥락은 같지만 근작들은 군더더기가 제거돼 훨씬 명료하다.

작품 속에 보이는 바닷가 마을들은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 무안 지도 등으로 안빈낙도의 풍경. 꽃 피는 마을을 배경삼아 동네사람들은 평온하게 밭일을 하며 인생을 엮는다. 사람도 자연풍경인 냥 자연스럽고 온화하다. 또 그러한 풍광을 작가는 '느리고 여유있게' 발품을 팔며 들여다 보았다. 

특히 그의 색감은 파스텔톤이어서 감상자를 평안하게 이끌어주며, 돌가루 등을 혼합한 잉크를 사용함으로써 판화의 기계적 차가움을 극복했다. 그래서 파고 쪼개서 찍어낸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판화로 받아들이기엔 무척 회화적이다. 

박씨는 조선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동경·후쿠오카·서울·부산 등지에서 27차례 개인전 및 300여차례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그는 광주시전·무등미술대전 등에서 심사위원·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소나무회, 한국판화가협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진은주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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